[Sapai 특집] 4박 5일, 파타야의 낮과 밤 생존기
Day 1: 방콕 탈출, 썽태우와의 첫 만남
수완나폼 공항에 내리자마자 예약해둔 밴에 몸을 실었다. 2시간 남짓, 창밖의 풍경이 도시에서 바다로 바뀌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파타야.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도시다. 이번 여행의 베이스캠프는 '힐튼 파타야'. 센트럴 페스티벌 쇼핑몰과 연결되어 있고, 파타야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완벽한 위치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파타야의 명물, '썽태우(Songthaew)'가 눈에 띄었다. 트럭을 개조한 이 파란색 버스가 파타야의 핵심 교통수단. 비치 로드를 따라 달리는 썽태우에 현지인들처럼 훌쩍 올라탔다. (Sapai 전문가 팁: 노선 내에서는 1인 10바트. 벨을 누르고 내려서 기사님께 10바트 동전을 드리면 된다. 절대 "얼마예요?"라고 묻지 말 것. 묻는 순간 '전세'가 되어버린다.)
첫 저녁 식사는 파타야 북쪽 나끌루아의 '뭄 알러이(Moom Aroi)' 본점. 바다 바로 옆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로컬 맛집이다. 썽태우를 대절해(약 150바트 흥정) 도착한 그곳은 이미 만석. 짭조름한 바다 내음을 맡으며 먹는 '꿍채남쁠라(생새우 액젓 샐러드)'와 '뿌팟퐁커리'는 방콕에서 먹던 것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파타야에서의 완벽한 시작이었다.
Day 2: 파타야의 보석, 꼬란섬 정복기
"파타야 바다는 똥물이야"라는 말을 듣고 실망했다면, 그건 꼬란섬(Koh Larn)을 안 가봤기 때문이다. 오늘은 파타야의 '낮'을 책임지는 꼬란섬으로 떠나는 날. 썽태우를 타고 '발리 하이 선착장(Bali Hai Pier)'으로 향했다. 워킹 스트리트 끝자락에 위치한 선착장은 이른 아침부터 활기가 넘쳤다.
꼬란섬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1) 1인 30바트짜리 대형 페리(약 40분 소요), 2) 흥정해야 하는 스피드보트(약 15분 소요). 우리는 낭만을 택했다. 페리 2층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40분을 달려 '따웬 비치(Tawaen Beach)'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믿을 수 없었다. 여기가 정말 파타야가 맞나? 에메랄드 빛 바다와 새하얀 백사장. 따웬 비치는 사람이 가장 많고 활기찬 해변이다. 우리는 바로 오토바이(1인 300바트)를 빌려 섬 일주에 나섰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티엔 비치(Tien Beach)'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싸매 비치(Samae Beach)'에서 일광욕을 즐겼다. 꼬란섬은 파타야에 온 이유 그 자체였다. 돌아오는 페리에서 바라본 파타야의 스카이라인은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Day 3: 경이로운 건축, 그리고 하늘 위의 야경
오늘은 파타야의 '문화'를 경험할 차례. 그랩을 타고 북파타야의 '진리의 성전(The Sanctuary of Truth)'으로 향했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100% 목조로만 지어지고 있는 이 거대한 건축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성전은 종교를 떠나 인간의 집념과 예술혼을 느끼게 했다. 입장 시 안전모는 필수. 아직도 곳곳에서 장인들이 나무를 깎고 있었다.
오후에는 파타야의 또 다른 랜드마크인 '터미널 21(Terminal 21)'에서 쇼핑과 점심을 해결했다. 공항 테마의 이 쇼핑몰은 거대한 비행기 모형과 각 층마다 다른 도시 테마(파리, 런던, 도쿄 등)로 꾸며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푸드코트인 '피어 21(Pier 21)'은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한다. 100바트(약 3,800원)면 2~3가지 메뉴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대망의 저녁. 파타야의 야경을 한눈에 담기 위해 우리 숙소(힐튼) 34층에 위치한 '호라이즌 루프탑 바(Horizon Rooftop Bar)'로 향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6시쯤 방문하는 것이 베스트. 파타야 비치 로드를 따라 곡선을 그리는 도시의 불빛과 바다 위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뷰를 만들어냈다. 칵테일 한 잔에 담긴 파타야의 밤은 그 어떤 네온사인보다 화려했다.
Day 4: 느긋한 낮, 그리고 뜨거운 밤 '워킹 스트리트'
여행 4일차. 오늘은 파타야의 '밤'을 만나러 가기 전, 체력을 비축하기로 했다. 오전에는 호텔 수영장에서 느긋하게 수영을 즐겼다. 힐튼의 인피니티 풀은 파타야 해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어, 마치 바다 위를 떠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해가 지고, 도시가 네온 불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파타야의 심장부, '워킹 스트리트(Walking Street)'로 향했다. 저녁 7시가 되자 차량이 통제되고, 거리는 순식간에 거대한 유흥의 장으로 변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충격적이었다. 화려한 네온사인, 거리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 그리고 양옆으로 늘어선 수백 개의 아고고 바(A-Go-Go Bar)와 클럽, 라이브 밴드 바. 쉴 새 없이 울리는 음악 소리와 호객꾼들의 외침이 뒤섞여 혼돈 그 자체였다. 하지만 위험하다기보다는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맞다. (Sapai 안전 뉴스: 삐끼(호객꾼)가 '쇼'를 보라며 메뉴판을 들이밀어도 눈길을 주지 말고 지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바가지요금의 지름길이다.)
우리는 아고고 바 대신,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오는 펍에 자리를 잡았다. 맥주 한 병을 시켜놓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파타야의 에너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워킹 스트리트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파타야에 왔다면 한 번쯤은 경험해봐야 할 이 도시의 '정체성'과도 같은 곳이었다.
Day 5: 떠나는 날 - "파타야, 다시 보자"
4박 5일의 시간이 꿈처럼 흘러갔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발코니에서 마지막으로 파타야의 바다를 눈에 담았다. 어젯밤의 혼돈은 어디 가고, 도시는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밴 안에서 지난 여행을 복기했다. 10바트짜리 썽태우를 타고 도시를 누비던 자유로움, 꼬란섬의 투명한 바다, 진리의 성전이 주던 경이로움, 루프탑 바의 낭만적인 야경, 그리고 워킹 스트리트의 강렬한 에너지까지. 파타야는 그 어떤 도시보다 '날것'의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파타야는 유흥의 도시"라는 편견은 절반만 맞았다. 이 도시는 당신이 무엇을 원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 "See you again, Patta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