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ai 특집] 5박 6일, 좌충우돌 후아힌 가족 생존기
Day 1: 설렘 반, 걱정 반 - "아빠, 말이 달려!"
수완나폼 공항에서 예약해둔 밴을 타고 3시간. 아이들은 금세 잠들었고, 아내와 나는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며 '드디어 왔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우리가 선택한 숙소는 '하얏트 리젠시 후아힌'. 거대한 수영장과 키즈 클럽이 있다는 말에 고민 없이 결정했다. 체크인 후 짐을 풀자마자 아이들은 수영복을 찾았다. "아빠, 빨리!"
첫날은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리조트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실컷 한 뒤, 해가 질 무렵 후아힌 해변으로 나갔다. 방콕의 바다와는 달랐다. 훨씬 깨끗하고, 조용했으며, 무엇보다... 말이 있었다! 7살 첫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아빠, 나 저거 탈래!"를 외쳤다. 30분에 400바트. 조금 비싼가 싶었지만, 아이가 해변을 따라 말을 타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돈이 아깝지 않았다. 저녁은 해변 근처 '차오 레이 씨푸드(Chao Lay Seafood)'에서 해결했다. 갓 잡은 게와 새우를 볶은 '뿌팟퐁커리'는 환상적이었다. 아이들은 맵지 않은 '카이찌여우 뿌(게살 오믈렛)'에 밥을 비벼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했다.
Day 2: 물 만난 아이들 - 바나 나바 워터파크 정복기
오늘은 이번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바나 나바(Vana Nava) 워터파크에 가는 날. 아시아 최초의 워터 정글이라는 말에 기대가 컸다. Klook에서 미리 티켓을 예매해둔 덕에 현장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입장했다. (Sapai 전문가 팁: 온라인 예매 필수!)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고'였다. 5살 둘째를 위한 유아용 풀부터 7살 첫째가 환호한 키즈존 '아쿠아코스', 그리고 아내와 내가 번갈아 타며 스릴을 만끽한 '어비스(Abyss)' 슬라이드까지. 하루 종일 놀아도 부족했다. 아이들은 점심도 거르려고 할 정도였다. 내부에 푸드코트가 잘 되어 있어 팟타이와 피자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꿀팁 하나, 'RFID 밴드'에 미리 돈을 충전해가면 지갑 없이 다닐 수 있어 정말 편하다. 오후 4시, "이제 그만 가자"는 말에 아이들은 울상이 되었지만, 내일의 '원숭이'를 약속하고 겨우 달랠 수 있었다.
Day 3: 원숭이와의 사투, 그리고 예술의 밤
오전에는 툭툭을 타고 '카오 타키압(Khao Takiab)', 일명 '원숭이 산'으로 향했다. 젓가락 산이라는 뜻인데, 정말 젓가락처럼 툭 튀어나온 언덕이었다. 그리고 그곳엔... 정말 원숭이가 많았다. 아이들은 신기해했지만, 나는 긴장했다. (Sapai 안전 뉴스: 절대 비닐봉지나 음식을 손에 들고 있지 말 것!) 조심조심 계단을 올라 정상에 다다르니, 후아힌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경이 펼쳐졌다. 황금 불상 앞에서 가족의 건강을 빌었다.
저녁은 이번 여행에서 아내가 가장 기대했던 '시카다 마켓(Cicada Market)'에 갔다. 주말(금-일)에만 열리는 이 야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었다. '예술 시장'이었다. 아기자기한 수공예품, 라이브 밴드의 감미로운 음악, 그리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 아이들은 캐리커처를 그리는 화가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고, 우리는 갓 구운 가리비와 팟타이를 먹으며 태국의 낭만적인 밤을 만끽했다. 타마린드 마켓(Tamarind Market)이 바로 옆에 붙어있어 다양한 음식을 즐기기에도 최고였다.
Day 4-5: 느림의 미학, 그리고 후아힌 기차역
여행 막바지에는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지 않았다. 오전에 '삼판남 수상시장(Sam Phan Nam Floating Market)'에 들러 배를 타고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방콕의 수상시장만큼 붐비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여유롭고 좋았다. 아이들은 배 위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에 열광했다.
다섯째 날, 마지막 날 저녁은 '후아힌 기차역'을 방문했다. 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라는 명성답게,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칠해진 아기자기한 목조 건물이 동화 같았다. 왕실 전용 대합실 앞에서 가족사진을 남겼다. 저녁은 '후아힌 야시장(Hua Hin Night Market)'에서 해결했다. 시카다 마켓이 '예술'이라면, 이곳은 '생활'이었다. 거대한 랍스터와 해산물을 흥정하는 재미, 30바트짜리 로띠를 사 먹는 소소한 기쁨. 후아힌의 진짜 얼굴을 만난 기분이었다.
Day 6: 떠나는 날 - "아빠, 우리 또 올 거지?"
공항으로 향하는 밴 안, 5박 6일의 시간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큰 것 같았고, 아내와 나의 얼굴엔 피곤함 대신 편안함이 가득했다. "아빠, 나 원숭이 또 보고 싶어. 우리 또 올 거지?" 7살 첫째의 말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당연하지."
후아힌은 파타야처럼 화려하지도, 푸켓처럼 역동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조용하고, 안전하며, 가족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곳. 아이의 손을 잡고 해변을 걷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물에 뛰어들며 온전히 '가족'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 후아힌은 우리 가족에게 '쉼'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