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시아티크, 낭만으로 가는 여정 (Sapai 전문가 후기)
방콕에서의 다섯 번째 밤. 습하고 뜨거운 공기, 쉴 새 없이 울리는 경적 소리, 그리고 코를 찌르는 매캐한 음식 냄새. '이것이 방콕이지'라고 체념할 때쯤, 저는 '사판탁신(Saphan Taksin)' 역 2번 출구로 향했습니다. 수많은 인파를 따라 내려간 '사톤(Sathorn)' 선착장. 그곳은 또 다른 혼돈의 시작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 목적지는 분명했습니다. 바로 'ASIATIQUE'라고 적힌 무료 셔틀 보트.
잠시 후, 붉은 깃발을 단 2층짜리 보트가 도착했습니다. 보트에 오르는 순간, 후텁지근했던 공기가 시원한 강바람으로 바뀌었습니다. 보트가 물살을 가르기 시작하자, 방콕의 스카이라인이 강 양쪽으로 펼쳐졌습니다. 아이콘시암의 화려한 조명,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고풍스러운 불빛,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수많은 디너 크루즈선들. 약 10분간의 이 '무료' 항해는, 그 어떤 값비싼 투어보다도 낭만적인 여행의 서막이었습니다.
첫 번째 만남: 100년 된 창고에 깃든 빛
보트에서 내리자마자 거대한 관람차의 불빛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제 발길을 이끈 것은 관람차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창고(Warehouse)'였습니다. 아시아티크는 1900년대 초, 덴마크 동아시아 회사가 사용하던 티크나무 목재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곳입니다. 총 10개의 창고가 '짜런끄룽 지구', '공장 지구' 등의 테마로 나뉘어 있습니다.
저는 1번 창고부터 천천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낡은 벽돌과 목재 구조는 그대로 살리되, 내부는 세련된 부티크 샵과 디저트 가게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흔한 '야시장'의 기념품과는 질이 달랐습니다. 디자인이 가미된 의류, 수제 가죽 공방, 독특한 향의 디퓨저 가게들이 즐비했습니다. 물론 가격대는 짜뚜짝 시장보다 훨씬 높았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Sapai태국전문가로서 말하건대, 이곳은 '쇼핑을 하러 오는 곳'이라기보다 '잘 꾸며진 쇼핑 거리를 산책하러 오는 곳'에 가깝습니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 공간이 많아 방콕의 더위를 피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죠. 창고와 창고 사이의 골목에는 작은 벤치와 포토존이 있어, 전 세계 관광객들이 저마다의 추억을 남기느라 분주했습니다. '깔끔함'과 '안전함'. 이것이 아시아티크가 다른 야시장과 차별화되는 첫 번째 매력이었습니다.
두 번째 감동: 강변의 낭만과 미식
창고 구역을 빠져나오자, 시야가 탁 트이며 짜오프라야강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약 300미터에 달하는 '리버프론트(Riverfront)' 산책로. 이것이 바로 아시아티크의 심장이었습니다. 오른쪽에는 거대한 범선 '시리마한놉(Sirimahannop)'이 정박해 있었고, 왼쪽으로는 강 건너편의 화려한 호텔 불빛이 수면 위에서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강변을 따라서는 수십 개의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The Crystal Grill House' 같은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부터, 'Sail To The Moon' 같은 트렌디한 퓨전 레스토랑까지. 하나같이 강을 향해 야외 좌석을 두고 손님들을 유혹했습니다. 가격은 물론 방콕 시내보다 비쌌습니다. 하지만 이 '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었습니다. 강바람을 맞으며, 반짝이는 유람선을 바라보며 즐기는 저녁 식사. 이보다 더 로맨틱한 방콕의 밤이 또 있을까요?
물론 가성비를 챙기는 길도 있습니다. 'Street Food'라고 적힌 푸드코트 구역으로 가면 팟타이, 쏨땀, 망고 찰밥 등 태국을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땡모반(수박 주스) 한 잔을 사 들고, 다시 강변 산책로의 벤치에 앉았습니다. 비싼 레스토랑에 앉아있든, 벤치에 앉아있든, 짜오프라야강의 야경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아름다웠습니다.
세 번째 경험: 하늘과 무대의 환희
아시아티크의 밤이 깊어갈수록, 두 개의 불빛이 더욱 강렬해집니다. 하나는 하늘에서, 하나는 무대에서 빛납니다. 바로 '아시아티크 스카이(Asiatique Sky)' 대관람차와 '칼립소 카바레(Calypso Cabaret)'입니다.
먼저 대관람차로 향했습니다. 성인 기준 500바트(2025년 기준)라는 가격은 분명 망설여지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방콕에서 가장 높은 60미터 상공에서, 강과 도시의 야경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는 유혹은 강력했습니다. 곤돌라에 탑승하자, 천천히 고도가 높아졌습니다. 발아래로는 아시아티크가 미니어처처럼 보였고, 멀리로는 방콕 시내의 불빛들이 은하수처럼 펼쳐졌습니다. 약 3~4바퀴, 10분 남짓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방콕의 밤하늘을 독차지한 기분이었습니다. (팁: 일반 곤돌라보다 조금 더 비싼 VIP 곤돌라도 있습니다.)
관람차에서 내려, '칼립소 카바레'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1988년부터 시작된 방콕의 상징적인 트랜스젠더 쇼입니다. 화려한 의상, 완벽한 립싱크,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무대 매너. 한국, 중국, 일본, 서양의 유명 곡들을 넘나들며 약 70분간 펼쳐지는 공연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트랜스젠더 쇼'라는 편견보다는, '아름다움을 향한 그들의 열정과 프로페셔널리즘'에 감탄하게 됩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로비에서 배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팁은 매너입니다.)
만약 좀 더 역동적인 것을 원한다면, 바로 옆의 '무에타이 라이브(Muay Thai Live)'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단순한 경기가 아닌, 무에타이의 역사를 화려한 액션과 연출로 풀어낸 공연입니다. 실제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시범과 격투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죠.